진보에게 연대란 무엇인가? 칼럼


지난번 글에서 진보의 재구성을 위해서 (진보 세력은) 교회공동체의 장점을 한번쯤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했다. 물론 전후 사정을 고려하지 않는 기계적인 답습은 또다른 부작용을 야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교회공동체가  가진 장점들, 예를들면 이해관계의 조정기능, 시장의 기능, 협업/학습의 기능등은 진보가 심각하게 연구해야 할 항목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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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에게 연대란?.

진보세력은 늘상 연대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하지만 한국사회 진보세력이 사용하는 연대라는 단어의 개념만큼 이율 배반적인 개념이 있을까?..연대는 (사전적인 의미로 봐도) 힘을 합친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한국사회 진보세력들이 이야기하는 연대는 그와 반대로 자꾸 대중과 고립되고 파편화 하는 연대가 되어갔다.

예를들어 보자. 한국사회에서 농민이 연대할 대상은 과연 누구인가?. 대학생?. 시민단체?. 한국사회 진보세력들은 이제까지 연대라 하면 자신들과 현장에서 같이 싸워줄 (또는 대신 싸워줄) 대상만을 고려했다. 그러다 보니 혈기넘치는 대학생이나 시민단체 회원들, 일부 노조 활동가들이 그 상대가 된거다.

물론 연대를 해야 할 정치적 상황이 긴박하다면 그런 고려도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런것은 일회성 이벤트에 지나지 않는다. 어차피 농민이 농사 짓지 않고 365일 시위만 할 수 있는 것 아니지 않나. 이런 이벤트성 연대는 지속성이 없다는 말이다.

사실 농민의 연대의 파트너는 도시 소비자들이다. 시장논리에 따라 값싼 수입 농산물을 소비하려는 이들에게 농민들은 다가가야 한다는 거다. 이들과 이해관계의 촛점을 맞추는 노력을 해서 연대의 성과를 만들어내는게 바로 농민들의 숙제다. 중간 유통 비용을 줄여 단가를 낮추고 유기농 무공해 농산물을 만들어 소비자의 구매동기를 만드는 등의 행동이 그것이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연대, 어쩌면 이것이 진정한 진보의 연대가 아닌가 싶다. 솔직히 우리사회의 모순이라는게 뭔가. 결론적으로 말해 모든 모순은 생산과 소비 중간에 인위적인 장벽을 치고 잇권(지대)를 만들고 있는 이른바 기득권 브로커들에 의해서 만들어지는것 아닌가

막말로 이들은 생산하지도 소비하지도 않으면서 시장을 교란하여 (과소시장 또는 과다시장의 함정을 이용) 거래차익을 인위적으로 조작해서 불로소득을 챙긴다. 진정한 진보세력이라면 이것을 혁파하는것을 가장 우선적은 진보의 과제로 삼아야 한다. 따라서 이런 측면에서 볼때 진정한 연대란 "생산자와 소비자의 이해관계를 일치시켜주는 통로"로서 역할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시장이 늘어나고 생산력이 상승하며 성장과 분배가 동반상승하는 선순환을 이루게 된다. 그런데 이제까지 한국사회 진보세력들은 이런점에 대해서 별개념이 없었던것 같다. 이러다 보니 시장을 늘리는 연대가 되기 보다는 매번 시장을 경직시키는 연대(사실 이것은 연대라고 할수도 없다)만 이루어지게 했던 것이다.

사실 연대는 이해관계의 일치와 조정을 통하지 않고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항이다. 따라서 역할분담이라는 대원칙이 없이는 연대라는건 애초에 성립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사회의 기존 진보세력은 이를(연대를) 무슨 도덕과 당위성의 결과물인 양 호도해왔다.

솔직히 도덕과 상식 또는 계급적 위치만으로 연대하자는 발상은 순진하거나 무모하거나 아니면 딴속셈이 있거나 셋중의 하나일 수 밖에 없다. 최근 이글루스를 뜨겁게 달구었던 이른바 정명훈 vs 목수정 논쟁도 그런맥락이다. 구체적인 내용을 끄집에 내고 싶지 않지만 낚시에 줄줄 끌려 나오던 몇몇 블로거들 보면 안쓰럽기 그지 없었다.

연대란 "넌 솥이 있고 난 쌀이 있으니 연대하여 밥들 짓자"라고 하거나 "나는 물을 길어 올테니 넌 불을 지펴 밥을 해먹자"라는 어느정도 이해관계 조정이 일어났을때 가능한거다. 공동의 목표를 위해 역할을 분담하거나 역할을 분업화 하는 노력이 우선 선행되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신뢰가 만들어지고 가치가 생성되는 것이다.

이런 이해관계의 조정이나 컨센선스 형성 없이 무작정 "내가 하자는대로 연대하면 좋은놈, 안해주면 나쁜놈" 이런식의 무짜르기식 막되먹음이 목수정 사태를 낳았다고 보는데 여전히 몇몇 블로거들은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 헤딩에 동참하고 있으니 안쓰럽다는 거다.

보수는 연대의 가치를 굳이 만들어내지 않는다. 그들은 능력의 차이, 입장의 차이를 극대화 하여 그 위치 에너지에서 동력을 확보하기 때문에 연대 보다는 경쟁을 더 큰 덕목으로 삼는다. 반면 진보는 끊임없이 연대해야 한다. 능력의 차이 입장의 차이를 극복하여 새로운 기회를 생성해야 하는게 진보의 목표이므로 연대는 필수적이라는 거다.

다만, 여기서 연대란 시장의 연대, 협업의 연대, 역할의 연대가 되어야지 진영구축을 위한 세력화의 연대에 그쳐선 안된다는 말이다. 따라서 진보가 시장을 두려워 할 이유는 없다. 두려운건 시장의 왜곡과 중간 유통의 기득권이지 시장 그 자체가 아니라는 것이다.

생산자와 소비자간의 연대는 물론 시야를 넓히면 노동과 자본의 연대도 가능하다. 예를들어 대기업 독점에 대항하기 위해 중소자본과 노동이 조합의 형태로 결속하여 새로운 시장을 공동으로 창조하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대기업 조직노동이 노동운동의 전위대로 나서서 나홀로 세력화만 주장하는것에 비해 더 현실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본다.

지금 보면 한국사회의 진보는 이념과 진영이라는 동종교배에 몰입하고 있어 그 자체로 불임성을 내포하고 있다. 새로운 가치와 결과물을 좀처럼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대중들에게 진보는 "반대와 비판용 세력"이라는 인식이 강력하게 박혀 있는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무엇이든 불임으로 대를 잇지 못하면 멸종 되는 거다. 지금 보면 한국사회의 진보세력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다. 나홀로 연대라는 이상한 개념에 빠져 만성불임의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면 결국 총각으로 늙어죽는 몽달귀신이 되는 거다.

(민주화 성과 이후) 진보세력이 대중들에게 (진보의) 능력을 보여주려면 생산자-소비자 연대를 통해 새로운 시장 질서를 만들어 내야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한국사회의 이른바 잇권 브로커들의 청산을 대차게 한번 보여줘야 한다거다. 인터넷 발달에 의한 네트웍 시대는 이런 가능성에 불을 붙여주었다. 그러나 진보세력은 이를 좀처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인터넷을 자기표현의 기회로 삼는데 까지는 진보해왔지만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대하는 시장의 도구로 활용하는데는 아직 미치지 못했다. 사실 현재 어느 진보정파도 이를확실한 자기개념으로 삼은 쪽은 없다. 하긴 그들의 수준이란 게시판에 글올리고 자뻑하는 수준들이니 뭘 기대하겠냐 마는...

아주 작은 단위에서 부터 "생산자-소비자 공동체"를 만들려는 노력을 해볼 필요가 있다. 또한 여기서 발생하는 이해관계의 조정, 그리고 시장의 확대를 데이터 해서 심충분석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새로운 진보를 재구성하는데 필요한 유용한 데이터가 될것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유시민장관이 (후불제 민주주의에서) 이야기 하는 선과선의 연대라는 것도 단지 착한놈들끼리 뭉치자라는 뜻이 아닌 선한 결과물 (헌법적 가치)을 생산하기 위한 이해관계의 조정 또는 분업과 협업의 시스템을 말한게 아닌가 싶다. 뭐 아니라면 말구..ㅋ




덧글

  • 2009/04/07 00:03 #

    이 재미없는 떡밥 언제까지 가나요?
  • 마케터 2009/04/07 13:56 #

    별 재미는 없는 떡밥이죠..얼마나 가겟습니까?.
  • 꿈돼지 2009/04/07 13:04 #

    잘좠습니다. 좋네요 ^^ 한국진보의 문제점을 잘 지적하고 있는듯.
  • 마케터 2009/04/07 13:57 #

    좋게 봐주시니 고맙습니다
  • 핫돌이 2009/04/09 08:03 # 삭제

    민노니 진보신당이니 하는 '자칭' 진보들은 사실 연대는 커녕 진보이념을 독점하려고 드는 독과점주의자들이지용
  • 이음(異音) 2009/04/09 22:19 # 삭제

    저는 "진보이념을 독점하려고 드는" 진보신당 당원입니다. ㅋ 참여연대 활동가이기도 하지요. 제가 어디에 속해 있음을 말씀드리는 게 제가 갖고 있는 '진보의 재구성'이라는 고민의 어려움을 대변해 줄 것이라 생각해서입니다. 제가 서있는 지점이 흔히 서로를 개량과 꼴통으로 치부하며 비판하기 바쁜 시민사회영역과 진보정당영역에 동시에 발을 걸치다 보니 고민이 참 많습니다.

    통상 운동권이라고 하는 이들이 걸어온 학생운동-노동운동 등의 정파라인과는 전혀 무관하게 인터넷 카페를 조직해 NGO운동을 했던 경험과 용솟음치는 문제의식들을 자가발전시켜 울산에서 민노당 당직도 해봤고, 진보신당 창당에도 발을 담그게 되었지요. 때문에 운동권 특유의 정파적 사고에 신물이 날 지경의 경험들을 숱하게 했지요.

    저는 진보야말로 심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우리네 진보는 화석화된 이론에 기반한 명분과 구차하기만한 형식논리에만 갇혀 숲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마케터 님의 말씀처럼 이해가 맞는 약자들이 서로를 관통하는 심플한 연대가 답이지요. 그런데 진보짓 하려니 참 갑갑한 중생들과 함께 해야할 때가 많습니다. 민노당 탈당과 진보신당 창당의 배경이 그 갑갑함을 벗어나자는 것이었음에도 여전히 문제해결은 쉽질 않네요.

    종종 들러 지혜를 얻고 가렵니다. 이 글을 담아서 여기저기 뿌려 보려는데 허락해 주시겠지요? 물론 원본 수정 없이 출처 낱낱이 밝히는 건 기본입니다. ^^
  • 마케터 2009/04/09 23:04 #

    수고가 많습니다. 많이 응원하겠습니다.
  • 바람의 흔적 2009/04/13 01:09 # 삭제

    안녕하세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글에서 언급한 진보가 구체적으로는 민노당, 진보신당 계열을 언급한 것이라고 이해하면 될까요? 사실 많은 사람들이 친노구룹(그냥 이렇게 부르겠습니다.)까지 진보나 좌파라고 부르는 경향이 있어서...
    가끔 혼란을 일으키는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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